2022년 선거 회고
선거 회고보다는 15년간 보아온 어느 정당에 대한 회고겠다.
이번 선거에서 진 당과 일한 적이 있었다. 주어야 할 돈의 절반을 떼어먹은 다른 당이 있긴 했다. 하지만 “수구격파가 시대정신인데 재능기부 좀 해주면 안되느냐?”고 물어본 건 이 당 사람이 유일했다. 영입제안을 받은 일도 있었다. 지역구 선거에 나와달란 거였고 선거비용은 개인부담이었다. 이 당은 청년 신인정치인이라고 사람을 데려와서는 자비로 선거를 치르게 하고, 선거가 망하면 메꾸어주지도 않아 많은 청년들이 빚 갚기 좀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선거는 져도 돈 버는 이는 늘 따로 있었다. 이 당에는 오랜 기간 운동에 투신했다가 정권 요직에 배치된 이들도 많다. 나는 그들의 여정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가 “장애인 접근성 기능을 제거하라, 장애인들이 우리 공약을 많이 읽으면 안된다”고 요구하는 이와 동일인물이 되었음을 알았을 땐, 그를 믿고 인생을 걸었던 역사 속 수많은 이들이 가엾게 느껴졌다. 좋은 제안을 몇 번 받긴 했지만 ‘페미라서 이 사람은 기용 못한다’ 며 거부당했던 수많은 주변인들이 떠올라 차마 수락을 할 수 없었다. 그 조직 사장님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치기도 했는데 중간관리자들은 정 반대로 움직였다. “일베가 우리를 공격하는데, 우리 편 일베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 라고 찾아온 이도 그 당이었다. 그분은 훗날 그 당의 전략을 논하는 책임있는 자리에까지 올랐다. 투표일 직전 캠프의 누군가가 지지를 해달라며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그 일당과의 과거가 떠올라 괴로웠다. 5억원짜리 사업계획을 50억짜리로 불려달라며 나에게 문서를 그럴싸하게 고쳐달라고 부탁해온 일당이기 때문이다. 모 팟캐스트에서 사이버테러방지법의 위험성에 대해 소개할 일이 있어 나도 보수정부와는 아무래도 거리를 둔 인물이 된 적이 있다. 필리버스터까지 해가며 “과반을 주십시오”라고 울먹였던 그 당은 과반을 차지한 뒤 약속대로 법안을 폐기하지 않았다. 결국 나만 ‘나쁜건 나쁘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위험한 시민’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안다. 솔직한 시민은 거대 양당에서 모두 환영받지 않는다고.
15년 전의 실패 때, 그때 그 사람들이 바뀌지 않은 채로 5년 전 부활하는 광경을 보았다. 고인물에게 사로잡혀 서서히 죽어가는 회사조직을 보는 것 같았다. 선거 캠프와 당은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예산도 따로 운영했고 공약도 따로 운영했다. 지방선거가 시작되면 광역단체단위로 떳다방이 생기고, 그 떳다방 중 성공한 이들이 커리어를 발판으로 경쟁을 벌이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식이었다. 이 지점만큼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만 공유하고 사업전략은 공유하지 않아 카니발리제이션에 빠지는 대기업과 비슷했다. 나는 나쁜 이보다, 일 못하는 이에게 더 짜증내는 편인데 이 당이 그렇다. 영입 제안을 받았을 때 “사내정치도 힘든데 무슨 중앙 정치에요” 라고 답한 일이 있었다. 다들 여의도에서 나와서 회사생활이라도 좀 해볼 것을 권해본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바뀌고자 한다면 그때 그 사람들이 모두 정리되어야할텐데 들려오는 소식은 그렇지도 않은것 같아 착잡하다. 사회변화의 씨앗이나 실천의 보람은 다른데서 찾는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