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 비욘드 어스 게임의 현실성

&;lt;문명 : 비욘드 어스>라는 게임이 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시리즈 게임을 우주를 배경으로 고쳐 만든 게임이다. 인류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여 정착하는 과정을 설정으로 삼았는데, 늘 이 게임의 설정이 어딘가 불편했다. 지구에 대재앙이 닥쳐서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한다면 여러 나라에 걸친 인류가 합심해서 다함께 체계적으로 이주를 해야지, 왜 제각각 이주를 하는지, 또 도착한 행성에서 다른 지구인들을 공격해야한다고 하는지, 포괄적인 협력을 하지 않는지, 각자도생과 경쟁이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렵고 불편했다. 요즘에는 매우 잘 납득한다. 지구 인류가 겪는 현재의 고통은 외면한 채 꿈같은 우주 개발에 설레여하는 부자들이 벌써 여럿 나타났으니까.

전지구적 재앙에 따른 우주이주 프로그램이란 것을 상상해보자. 유엔의 구호보다는 민간 우주항공 업체들의 경쟁에서 촉발될 가능성이 높고, 이미 그렇게 되고 있으며 (리처드 브랜슨이니 제프 베조스니 일론 머스크니..) 이주한 새 행성에서도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툼을 할게 뻔하다. 인류 공통의 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본다고 해도 양 극단의 문명이 서로 경쟁하는 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초에 그랬듯이. 전 지구적인 협력이란건 원래 작동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걸 통틀어 보면, 어쩌면 비욘드 어스는 매우 현실적인 예측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각자도생, 적당히 이용하다 버리는 관계, 그런게 참 싫었고 언제나 누군가를 챙기거나 끌어올리는 쪽을 선호했는데, 종종, 그마저도 미리 기대하거나 이용하는 이들이 있음에 여전히 놀란다. 호구잡히는게 싫다며 손사래치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호구잡힐만한 사람들만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이 있다는 점도 이제는 부정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던졌더니, 그런 사람들만 가득한 세상에선 약아빠진 못된 놈 하나가 튀어나왔을때 걔가 모든 자원을 독식할거라는 현답을 준 친구가 있었다. 슬픈 이야기지만 늘 잊지 않는 이야기이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를 건네준 친구를 늘 닮고 싶었다. 좀 더 차가운 사람이 되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