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지침

꼰대 취급을 받고 싶지 않은 어른들을 위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지침을 소개한다. 부디 ‘요즘 청년들의 유행어 따라 하기’ 같은 기사를 멀리하고, 다음 지침들을 잘 실천한다면 청년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좋은 어른에 가까워질 것이다.

첫째, 나이를 먼저 묻지 마라. 한국 사회에서 버젓이 나이를 묻는 것은 상대방과 위아래를 겨루자는 의미이다. 자신이 나이가 더 많음을 상대에게 주지시키고,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음을 드러내려는 시도이다.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에게 견주어 상대가 어느 정도로 사회적 자본을 축적했는지를 재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당신은 꼰대 판정을 받을 수 있다.

둘째, 함부로 호구조사를 하거나 삶에 참견하지 마라. 남자친구는 있느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 왜 아이를 가지지 않느냐, 취직은 어찌 되고 있느냐 등의 질문은 당신과 쉽사리 공유할 만한 성격의 것이 아니다. 친해지기 위해 건네는 질문으로서도 부적절하다. 나이대별 당면과제 이행에 따른 축적 자본을 과시하려는 시도임을 상대방도 모를 리 없다. 차라리 좋아하는 음식이나 동물을 물어보라.

셋째, 자랑을 늘어놓지 마라. 당신의 인생 자랑은 ‘노잼’이다. 당신이 살아온 시절에 대한 자랑은 당신에게만 유효하다. 당신의 인맥 자랑은 당신에게 잘 보이라는 알량한 호소임을 상대방은 너무나도 잘 알아챈다. 어느 것으로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

넷째, ‘딸 같아서 조언하는데’ 같은 수사는 붙이지 마라. 그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딸에게조차 안 하는 것이 좋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한다는 이야기도 먼저 꺼내지 마라. 당신이 걸어온 길이 매력적이라면 상대가 알아서 물어올 것이다.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라는 변명 역시 한심한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가 호의로 받아들일 준비가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호의임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일 뿐이다. 그저 당신의 만족을 위한 행위이지 상대방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섯째, 나이나 지위로 대우받으려 하지 마라. 내가 지금까지 현 지위를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데 이제 와서 대우받기를 포기하란 거냐며 억울해할지도 모른다. 나이나 지위가 없어도 타인에게 대우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온 이들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나이나 지위에 매달린 대우를 받고 있다면 지금 과감히 던져버려라. 장유유서는 이미 ‘유슬람’의 마지막 유물이 되었다. 도리어 자신이 청년들에게 비(非)꼰대로 인정받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더 멋진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솔깃하지 않은가?

마지막 지침, 스스로가 언제든 꼰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해라. 종종 자신이 젊은이들에게 꼰대로 비칠까 걱정된다는 이들을 만나곤 한다. 자신이 얼마나 꼰대와는 거리가 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도 있다. 모두 스스로의 꼰대성과 마주하며 싸우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자기 안의 꼰대성은 자신이 쌓아온 나이만큼 부지런히 누적된다. 특히 나이로 서열을 매기기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꼰대성이란 자신보다 젊어 보이는 이들 앞에서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쉽게 꺼내는 내 안의 괴물과도 같다. 그 괴물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꼰대 탈출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상대와 내가 살아온 시간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 괴물을 늘 경계하라. 그러면 당신은 꼰대가 아닌 어른에 가까워질 것이다.

한겨레 2030 잠금해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