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장악의 욕망

어느 대권주자 이야기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자기 이름을 검색하는 것을 무척 즐겨했다.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가 보이면 쓴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기사를 내리도록 괴롭혔고, 블로그를 검색해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 있으면 고객센터에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어지간하면 보좌진이 챙겨 줄 텐데 그는 직접 인터넷 평판을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무엇보다도 못마땅해했던 것은 어느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정치인 인기순위에서 자신이 항상 뒤처지는 것이었다. 실제 방문자도 그다지 많지 않은 인기순위 페이지 내용에 그는 유달리 관심이 많았다. 그는 결국 업체의 ‘개발자’ 직통전화번호를 찾아내어 직접 개발자에게 순위를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그 업체는 그 정치인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회사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어쩔 수 없이 종전의 자동 알고리즘을 부수고 인기순위를 올려주어야만 했다.

영향력이 순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순위가 영향력을 만들면서 여러 분야에서 순위에 손을 대려는 움직임들이 꾸준히 등장해왔다. 베스트셀러로 올리기 위해 책을 사재기하는 사례는 20년 전부터 꾸준히 적발되어왔다. 음반 인기순위를 조작하기 위해 중국에서 다량의 스마트폰을 구입해 음원사이트에서 노래를 사재기한 ‘조작 공장’이 지난달 21일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웹커뮤니티 베스트코너로 글을 끌어올리기 위해 아이디를 대거 만드는 건 이제 국가정보기관까지 나서는 일이 되었다. 기업에 대한 악성기사가 터지면 이를 밀어내기 위해 비슷한 이름의 연예인 몸매기사를 대거 송고시켜달라는 제안이 등장하기도 한다. 효성그룹 이야기를 다룬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직후 포털 뉴스 검색 결과는 걸그룹 전효성의 몸매 기사로 가득 찼다.

그래서 국내 대형포털의 직원 대상 교육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항목이 있다. 앞으로 주변사람들로부터 ‘정말 검색결과 순위를 조작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될 것이니, 그럴 때엔 ‘조작하지 않는다’고 꼭 답하라는 당부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순위가 결정되기 때문에 절대 검색결과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 각 포털의 통상적인 해명이다. 물론 개발자들은 충분히 해명되지 않는 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검색결과를 조작할 수 있게끔 시스템을 다시 만들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검색결과 의혹에 더 정확한 답을 줄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나 검색결과를 조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 포털 첫 화면을 장악해 결과를 바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권력을 움켜쥐고 그 욕망을 공공연히 내보이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노력한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포털 첫 화면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첫 페이지 편집권을 손봐야겠다는 분들이 나타났다. 그 정당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국내 1위 포털을 자신들이 이미 평정했고 2위 업체는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소속 의원이 불평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전화 한통이면 포털 첫 화면이나 검색결과 순위가 조작될 수 있는 것은 사실이긴 하다. 알고리즘과 코드가 어뷰징과 조작을 막아야 할 책임을 떠안고 있지만, 그 정교한 알고리즘조차도 정치적인 이유로 기꺼이 폐기해야 하는 것이 한국 인터넷의 현주소이다. 조작된 포털 첫 화면이나 검색결과는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더 위험한 자들은 조작하고 싶어 안달난 바로 그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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