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 털리는 방법

기업 채용 담당자가 당신의 이력서를 받게 되면 제일 먼저 이름과 이메일 아이디로 인터넷 검색부터 시작할 것이다.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전화번호나 학교명을 함께 담아 검색해볼 것이다. 커뮤니티나 블로그에서 사용하는 별명을 발견하게 된다면 별명도 검색어에 담아 또다시 검색해볼 것이다. 검색 결과를 통해 당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부터 쇼핑몰 환불 요청까지 다양한 과거 기록들이 쏟아질 것이다. 어떤 상품을 구매했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기록이 모두 확인될 것이다. 만약 당신이 아직 20대라면 어린 시절 유아수영교실이나 태권도학원 수강 문의 같은 ‘흑역사’까지도 나올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기록을 통해 주말에 어떤 캠핑장에 갔는지, 어느 음식점에서 누구와 고기를 먹었는지, 그리고 현재 누구와 연애 중인지까지도 파악될 것이다. 인터넷에서 다른 네티즌과 논쟁을 벌인 기록이 있다면 정치적 지향이 쉽게 밝혀질 것이다. 지식공유 서비스에 이런저런 증상을 문의한 기록이 있다면 평소 앓는 병이 들통날 수도 있다. 이미지 검색 기능을 활용한다면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사진과 이력서에 붙인 사진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채용 담당자는 이를 통해 당신이 얼마나 ‘뽀샵’ 작업을 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이 작업을 우리는 좋게 말하면 평판조회라고 하고, 사실은 신상털기라고 부른다. 채용을 위해서든 호기심에서든 누구나 신상털기의 대상으로 지목될 수 있다.

스스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멀어진다 하더라도 타인에 의해 근황이 강제로 기록되기도 한다. 부장님의 친구신청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전무님의 전체공개 사진 ‘태깅’도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회식에서 잔뜩 취한 채 늘어져 있는 우스꽝스러운 사진이나, 회의 때 잠시 졸고 있는 사진이 고스란히 전체공개로 인터넷에 게시되기도 한다. 덕분에 조금만 노력한다면 당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가 어디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누구와 어울리고 다니는지까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아이가 생긴 부부들은 아이의 일상 하나하나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곤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의 유치원 재롱잔치부터 학교 입학식에 졸업식 사진까지 올리면서 가족 모두의 근황을 주변에 전시한다. 이런 이유에서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의 과거 기록이 몽땅 담겨 있는 부모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발견하며 당황하곤 한다.

촘촘한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한껏 끌어안는 소비 대상으로 존재한다. 게다가 주변인까지 끌어와 자신이 잘 지내고 있음을 끊임없이 과시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덕분에 저마다 자신의 디지털 흔적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이트가 통째로 폐쇄되더라도 어딘가에는 복제되어 보존되기 마련이다. 디지털 기록은 휘발성이 없다. 사후 삭제는 무의미하다. 개개인의 일상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전시되며, 이것이 검색엔진 기술과 결합되면서 개개인의 신상을 털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조건이 완성된 시대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니 애초부터 디지털 세계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든가, 굳이 기록을 하겠다면 타인에 의해서든 스스로였든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기록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신상털이를 당해도 당당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디지털 문명에서 생존하려면 그러는 수밖에 없다.

한겨레 2030 잠금해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