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은 원래 곰의 몫이다
지난 4월 인디밴드 공연의 산실이었던 서울 홍익대 인근 공연장 ‘살롱바다비’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년 전 ‘장기하와 얼굴들’이나 십센치와 같은 수많은 밴드들이 이 공연장을 발판으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임대료가 날이 갈수록 치솟으면서, 살롱바다비는 더 이상 공연만으로는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 없어졌다. 어쿠스틱부터 국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 서울 합정역 인근 공연장 ‘씨클라우드’도 5월부로 문을 닫고 말았다. 살롱바다비와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크게 올랐고, 인디음악의 제반환경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도 많아졌다는 것이 주인이 밝힌 이유였다. 서울 서촌 인근 공연장 ‘클럽 몽키비즈니스’도 ‘빚잔치’라는 이름의 폐업파티를 치른 뒤 문을 닫는다. 수년 전부터 수많은 홍익대 인근 공연장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햄버거 가게로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았지만, 최근 연달아 전해진 폐업 소식은 남은 공연장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공연장뿐만 아니라 공연을 펼치는 인디밴드들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인디 공연 정보사이트 ‘인디스트릿’에 등록돼 있는 인디밴드 및 뮤지션은 대략 5천여개 정도다. 이 중 레이블 소속은 수백개 선이다. 이들이 아이돌을 제치고 음원차트 상위권에 등장하는 경우는 몇년 사이 거의 없었다. 비정상적인 음원 수익 배분율로 음원 다운로드 수익의 대부분은 음원플랫폼이 차지하고 있고,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한 곡당 단가는 10원도 되지 않는다. 시장을 독점 중인 공연예매 서비스 또한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있어 기획공연 대관료에 수수료까지 낸 뒤엔 입장료 수익에서 밴드들한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인디밴드 및 뮤지션들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나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겨우 음악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 이상 언더그라운드 음악가로서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한국 음악시장에서 댄스와 발라드를 제외한 다른 장르는 빛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대중매체를 통해 인디밴드가 노출될 기회는 거의 없고 음원플랫폼도 문화 다양성에 대한 고려라고는 티끌만큼도 찾기 힘들다. 음악을 들려주라고 만들어진 에프엠 라디오는 한국에서 온종일 꼰대 만담을 늘어놓고 있다. 음악전문 케이블 방송도 온종일 예능프로그램만 나온다. 영미권만 하더라도 공영방송이 적극적으로 신예 뮤지션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에프엠 라디오도 장르 다양성을 꼼꼼히 챙기며 음악을 들려준다. 뮤직비디오가 온종일 나오는 지상파 방송이 성업 중인 나라도 있다. 이웃나라 일본도 유명 아이돌이 신생 밴드를 끌어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거나 공연을 펼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 노력들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이저로 이어지는 문화 창작 순환 생태계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인디밴드를 한국 음악계의 2군이라 지칭하여 밴드들을 발끈하게 했던 정부여당은 종전의 자발적인 밴드생태계를 실용음악과와 인큐베이팅 오디션 질서에 편입되도록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만 늘어놓고 있다. 나도 한국 음악생태계에 대한 무기력함에, 인디스트릿 사이트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공연장이나 밴드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싶었다’며 사이트를 넘겨달라는 이메일만 수백통 날아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플랫폼과 방송사, 그리고 건물주가 차지하는 절망의 생태계에서 이번주도 남은 공연장에서 공연이 이어질 것이다. 그 돈은 원래 곰의 몫이었다. 남은 공연장이라도 부디 자주 찾아와주기를 바란다.
한겨레 2030 잠금해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