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의 경제, 바이럴 마케팅 여론조작

KT&G의 ‘바이럴 마케팅’ 여론 조작을 오늘의유머 사용자들이 적발했습니다. KT&G 상품이 포함된 만화, 사진, 합성 짤 등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관계자들이 열심히 추천한 게 발각된 사건이죠.

오늘의유머는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요원들의 여론조작 댓글 공작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곳이기도 합니다. 사건 이후 어지간히 예민해져 있을 사용자들이 KT&G의 간접광고를 포착해내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곳에서 들킬 게 뻔한 바이럴 마케팅을 버젓이 진행했으니, 훗날 두고두고 ‘바이럴 마케팅 실패 사례’로 언급해도 좋을 만한 사건입니다.

오유에 올라온 KT&G 담배 간접광고 글을 잠깐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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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혹 제기

눈썰미 좋은 오유 유저가 이 어그로성 캡처에 의혹을 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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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티 나게 신상 담배를 여기저기 숨겨놓았죠. 별 생각 없이 글을 읽다가, 돌이켜보니 이건 광고였던 것입니다. 눈썰미 좋은 이용자라면 당연히 찾아낼 수밖에 없었죠.

2. 누가 광고 글에 추천 버튼을 눌렀을까?

이 ‘주작질’을 찾아낸 오유 유저는, 해당 광고 글에 추천 버튼을 누른 유저를 추적하여 바이럴 게시물이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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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너희가 재밌게 본 짤들은 ‘신상 담배’ 바이럴 마케팅이었어! 풋~!

서로서로 추천해주는 이들의 아이디를 역추적해보니, 그간 재미있게 보아왔던 온갖 짤부터 만화까지 전부 다, 사실은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정리 글: 오늘의 유머, [대박공포/정리글] 소름 돋는 인터넷 간접광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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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다음 ‘텔존’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온라인 간접광고의 역사

온라인 PPL(간접광고), 즉, 상품 이미지를 짤방(이미지)에 슬쩍 넣어두기 같은 기법이 바이럴 마케팅 영역에 들어온 것은 수년 전 포털 다음이 ‘텔존’을 운영할 때부터 마케터들이 진행했던 일입니다. 연예인 소식을 전하는 짤방에 기업 브랜드를 슬쩍 집어넣는 식이었죠. 포털 다음은 이 광고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해 왔습니다. 네이트도 마찬가지이고요. 뒤늦게 네이버도 이 시장에 뛰어들어 ‘네이버 뿜’ 등의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대다수 파워블로거들이 늘 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용자들은 몰랐겠지만, 우리가 보아온 많은 연예인 소식 글, 인스티즈, 베스티즈, 각종 다음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 안에 다양한 기업 광고가 숨어있었습니다.

판춘문예로 잘 알려진 네이트 판의 수많은 고부갈등 사례에서도 난데없이 냉장고가 명품 혼수품으로 둔갑하거나, 시어머님께 어떤 화장품을 선물해드렸음에도 역정을 내시더라는 등의 스토리를 만들어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사실은 고부갈등을 일으킬 만큼의 가치를 지닌 냉장고, 화장품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창작활동(?)이었죠.

판춘문예 대중화에 앞장선 다음 텔존, 그리고 네이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네이트판(ㅜㅜ)

판춘문예 대중화에 앞장선 다음 텔존 그리고 네이트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네이트판(ㅜㅜ)

‘판춘문예’의 확대와 진화

‘광고 같지 않은 광고’는 사실 전통 경제지들이 특별지면을 만들거나 ‘한국ㅇㅇ대상’ 등의 상을 만들어 협찬을 받아 광고 같은 기사를 쓰는 형태로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온 광고기법입니다. 한국 언론계에서는 다들 눈감아주는 일인데, 무척이나 전통적인 영업모델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인터넷으로 넘어오고, 기사뿐만 아니라 마치 일반인의 평가인 것처럼 글을 쓰거나, 어그로를 끌 만한 소설을 창작해 그 안에 브랜드를 넣는 형식의 각종 ‘판춘문예’ 작품(가짜 사연들)이 쏟아졌습니다. 이 문법은 방송이나 웹툰, 문학계로 가면서 PPL로 정착되었습니다.

어느 웹툰이나 소설에 남녀가 만나는 장소가 난데없이 교보문고였다면, 교보문고 PPL인 식이고, 방송 드라마에서는 난데없이 공기청정기 좀 돌리라며 동서가 역정을 내는 식입니다.

PPL? 정당한 광고? 소비자 기만?

PPL(간접 광고)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PPL이 있었음을 명시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많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죠.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아직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기만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불쾌감을 전하는 경우에는 명백하게 실패한 마케팅으로 단정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이럴 마케팅 여론 조작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일간워스트에도 등장한 바이럴 ‘주작글’ 일베 유저 어뷰징을 잘 걸러내는 일간워스트에서도 꾸준히 바이럴 ‘주작글’이 올라옵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커뮤니티인지라 ‘오유’만큼 장기적인 광고 캠페인 사례가 아직 나타나진 않았지만, 일종의 ‘교본’과도 같은 ‘실습형’ 사례는 이미 몇 차례 발견되었습니다.

최근에 화제가 된 사건, ‘CJ 뚜레쥬르’가 김수현 앓이를 하는 팬인 척 글을 일워에 올렸다가 1시간도 되지 않아 광고임을 들킨 사례를 볼까요. (정리 글: 일간워스트, [고발] 어촌발 간접광고 2탄, 일워에도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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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미팅을 보고 있다면서, 뚜레쥬르 케이크가 등장하는데 구도가 너무 부자연스러운 데다 띄워놓은 화면이 하필 알바생의 바이럴 마케팅 블로그였던 바람에 단박에 들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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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으로 김수현 팬 미팅에 참여한다며 난데없이 뚜레쥬르 케이크를 사서 보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동영상 사이트라는 화면은 사실 바이럴 마케터의 블로그를 띄워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김수현 팬미팅 이야기가 아닌 뚜레쥬르 바이럴 광고였던 것이죠.

‘인산염’ 하면 떠오르는 남양유업

CJ만 그러는 건 아닙니다. 식품의 특정 첨가물이 무척이나 유해하다는 글을 몇 차례 올리면서 남양유업의 상품을 추천하는 글을 올리는 사례. 이젠 너무나도 유명해졌죠. 일간워스트에도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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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염 이야기만 나오면 이제 모두 남양을 떠올립니다. 각인효과 하나는 확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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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올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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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생소하시겠지만, ‘드빈치 치즈’는 남양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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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의 사례, 뚜레쥬르의 사례 모두 짐짓 자신들이 광고가 아닌 척하면서 티 나게 광고를 하는 바람에 실패한 마케팅이 되었습니다. 일반인의 글인 것처럼 적어두었지만, 사실은 광고글인 사례, 국정원 댓글 여론조작사건을 겪은 한국사회에서는 이제 더 용납할 수 없는 행위가 된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쏟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구매를 유도하고자 고객을 위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장사의 기본 중 기본입니다. 현대에서 이는 ‘마케팅’, ‘광고’라는 개념으로 불리죠. 광고는 고객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객을 속이거나 기만하는 것은 광고 활동이나 마케팅 활동이 아닙니다. 그냥 기만이죠. 고객을 기만하는 것은 그 판매자, 그리고 기업의 이미지를 해치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진다면 기업들이 고객을 기만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비자를 만만하게 보는 기업이라면 조삼모사식 기만을 조금씩 시도하곤 합니다. 이것은 단순 소비자 권익 침해임을 넘어서, 여론생태계를 해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소비자 기만은 광고가 아니라 시장질서 교란

숱한 여론조작에 홍역을 치른 오늘의유머 유저들이 이제는 올라온 글에 조금이라도 냄새가 난다 싶으면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 정부는 이러한 기만행위를 시장질서 교란으로 간주하여 다양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방송에 협찬물품이 노출될 경우** ‘간접광고가 포함되어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하고 있죠. 베비로즈 블로그 사건을 계기로 국내 포털들도 공정위 권고를 받아들여 블로그 포스팅이 기업의 협찬을 받은 경우 이를 명시토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기업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숨긴 채 간접광고 포스팅을 올리면 공정거래위원회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벌금을 부과합니다.

기만의 사회를 만든 기만의 마케팅

남이 고생하며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운영진과 협의 없이 광고질을 하는 것은 상도의가 아닙니다. 운영진과 협의를 마친 바이럴 마케팅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를 기만하는 식으로 진행해선 안 됩니다. ‘주작질’ ‘판춘문예’는 이제 결국 걸리게 되어 있는, 실패로 가는 마케팅입니다.

서로서로 속이는 기만적인 바이럴 마케팅이 여론 시장을 황폐화하고, 나아가 시장 자체를 박살 낼 것이라는 경고는 5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저렴한 바이럴 알바 고용, 어그로 끌기 막장소설 창작을 권장했던 업계 관행, 바이럴 컨텐츠에 편승한 플랫폼 서비스의 탄생과 그에 걸맞춘 별점 테러 문화 탄생. 이 모든 기만의 경제는 우리가 모두 방치하고 방관하며 함께 만들어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진작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 어그로를 끌고 사람들을 속여도 된다’라는 전제를 깔고 살아온 지 수년이 지났고, 그렇게 우리는 기만의 경제, 기만의 사회를 만드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기만의 사회를 만든 기만의 마케팅, 이제는 그만둘 때도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