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총결산! 2013 충격 고로케 어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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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잠깐 나간 일이 있습니다. (http://hot.coroke.net)충격 고로케(hot.coroke.net) 개발자로 인터뷰를 한 것인데요, 그때 이런 이야기를 했었죠.

Q: 기사에 대한 클릭 수가 올라가고 그러면 또 그것이 또 수익구조하고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거겠죠. 그 부분은 어떻게 파악을 하셨습니까

A: 저도 그게 인터넷 언론들이 특히 그런 수익 구조에 취약을 하니까 그들이 좀 많이 그럴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되려 메이저 중앙 일간지들 3개 회사가 더 지금 그렇게 낚시 기사를 많이 쓰더라구요 이게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할려는게 아니고 이를테면 저널리즘이나 어떤 사명감 같은거를 포기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이게 지난 봄, 4월에 했던 이야기입니다.

충격 고로케를 만들 즈음엔 ‘충격’이니 ‘경악’이니 하는 낚시성 단어들을 기사제목에 달아두는 건 뉴스엔이니 티비데일리니 하는 작은 언론사들이나 주로 할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영세한 인터넷 언론사들이고, 네이버 메인 트래픽에 의존하는 포털기생형 언론들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랬을 거라 생각했었죠. 그런데 이상하게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이 상위권 랭킹에 올라오는겁니다. 심지어 여러분들도 잘 아시듯 한국경제 매일경제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들은 가난한 언론사가 아니죠. ‘신문사가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었다’ 는 이유로 낚시성 단어를 제목에 넣은 것이 아니라, 클릭 유입량을 늘려 더 많은 온라인 광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제목 수정 작업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메이저신문들의 경우 정치경제 기사 작성량이 원래 많은 신문사들이라 랭킹 상위권에 오른 것이라는 변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경제기사는 물론이고, ‘… 가 화제다. 최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따르면… 이에 네티즌들은 ㅁㅁㅁ 한 반응을 보였다’ 같은 실시간검색어 트래픽 낚기 기사를 생산해내는 데에도 메이저신문들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열심이었습니다. 심지어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바와 같이, 단순히 기사 제목에 꾸준히 ‘충격’ ‘경악’ 을 달았을 뿐인게 아니라, 창의적인 상상력까지 동원해 음란마귀를 소환하곤 했습니다. <미모의 여성, 밤마다 하는 짓이 ‘경악’> 제목을 눌렀더니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후보자시절 인사청문회 준비로 밤을 새더라는 내용이었죠. <위기의 여대생, 학자금 낼 돈이 없어 ‘결국’> 기사를 눌렀더니 장학재단 학자금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고요. 양의 문제를 뛰어넘어 질적으로도 소규모 언론사들을 제치고 정말 훌륭한 낚시제목을 창조해왔던 것입니다. 이들은 정말 ‘열심히’ ‘치열하게’ 황당한 기사제목으로 독자들의 클릭을 호소해 왔습니다. 물론, 우리 사회에 정말 중요한 기사들도 아니었고 말입니다.

기사 제목이 해야할 본연의 역할을 언론사가 갖다버린 것입니다. 온라인 지표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하에, 정론직필, 심층취재, 올바른 아젠다세팅이라는 본래의 사명감은 도외시한 채 독자 클릭 낚시에만 여념이 없었습니다. 언론이 집중적으로 정말 제대로 다루어야 할 이슈들은 다루지 않고, 그저 다툼 중계에만 집착하고, 실시간검색어만 쫓고 온갖 사회이슈에 선정적 제목을 붙여왔습니다. 언론사의 품위와 신뢰도 갖다버린 것이고, 저널리즘 본연의 사명감도 포기한 것입니다. 일종의 ‘어뷰징’이죠. 독자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헉

강호동마저..

충격 고로케는 2013년 1월 이러한 낚시성 제목에 짜증이 나서 퇴근 후 저녁즈음 가볍게 1시간 남짓 코딩해 만들었던 사이트였습니다. 그냥 하루에 얼마나 기사제목에다 ‘충격’ ‘경악’ 이라고 달아두는지 궁금해서 만들었던 사이트가 갑자기 수백만명이 들어오는 사이트가 되어버려 저도 깜짝 놀랬었죠. ‘적당히 운영하다 닫아야지’ 라고 생각했다가 낚시제목 남용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그대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벌써 1년이나 지났습니다.

발칵

헉 충격 발칵 충격

지금도 많은 분들이 언론사들의 한결같은 ‘충격’ ‘경악’ 붙이기에 감탄하고 계십니다. 1년여간 변한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경쟁언론사가 새로운 낚시단어를 창조해내면 연달아 다른 언론사들도 갖다쓰곤 했고요. 그렇게 모든 언론사들이 본연의 역할은 제쳐둔 채 치열하게 클릭낚시경쟁에 매진한 2013년이 이제 저물어갑니다. 연말이니까 한 해를 돌아볼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간 수집된 2013년 한해 낚시성 제목기사 약 13만여 건을 분석한 <2013 충격 고로케 어워드> 를 소개합니다.

award

<2013 충격 고로케 어워드>는 그간 매월 월급날 기준으로 월마다 나누어주던 고로케 어워드를 확대하여, 2013년 한해 송고된 낚시성 제목의 기사 13만 여건을 모두 모아 집계한 순위를 바탕으로 주어지는 시상식입니다.

다음 링크에서 자세히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hot.coroke.net/2013

하나씩 살펴볼까요?

충격경악상

충격경악상

최근한온라인커뮤니티상

최근한온라인커뮤니티상

그리고, 2013 영예의 대상 입니다

2013 영예의 대상

  • 매일경제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ㅁㅁㅁ 가 화제다’ 의 집계를 피하고자 ‘최근 온라인상에 ㅁㅁㅁ 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등으로 바꿔쓰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두 집계되었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 연초 매일경제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던 한국경제는 결국 매일경제를 누르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 충격 고로케 등장 이후 3월 중순부터 꾸준히 낚시성 제목달기를 실천해온 결과, 다른 신문사를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한 언론사는 역시 ‘동아일보’ 였습니다. 매일경제, 한국경제를 막판에 제치고 영예의 대상을 차지하였습니다. 제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하합니다!

분야별 순위를 한번 볼까요? 다 살펴보자면 너무 많으니 중앙일간지 순위만 살짝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일간지 순위

영세한 언론사들이 아니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두 곳이 가장 열심히 제목 낚시에 매진하였다고 합니다.

동아일보의 압도적 1위 차지는 낚시성 제목 붙이기는 물론 반복 송고작업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를테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타기 위해 ‘가면 벗은 텔레토비’ 라는 키워드로 무려 5개의 기사를 점심식사시간 빼고 1시간에 한번씩 송고하는 꾸준함을 당당히 보여줍니다.

반복송고

[동아일보] 가면 벗은 텔레토비… 동심 파괴되는 순간 ‘헉!’ (2013.12.13 09:44)

[동아일보] 가면 벗은 텔레토비… 이런 동심 파괴자들 ‘충격’ (2013.12.13 10:08)

[동아일보] 가면 벗은 텔레토비, “귀엽지 않은 휴식시간” 폭소! (2013.12.13 11:43)

[동아일보] 가면 벗은 텔레토비, “한국인이 아니네”… 경악! (2013.12.13 14:53)

[동아일보] 가면 벗은 텔레토비, “7세 미만은 확인 금지”… 충격! (2013.12.13 15:21)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 12월 13일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안녕들하십니까’ 검색어에 올라타기 위해 무려 8개나 되는 기사를 송고하였습니다. 한결같이 ‘이에 네티즌들은 ㅁㅁㅁ 한 반응을 보였다’ 라는 문구를 지어내어 집계에 포함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들 기사에는 말미에 “키워드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철도민영화”, “키워드 안녕들하십니까” 등을 넣어, 검색에 걸리기 위해 작성된 기사임을 대놓고 밝혀두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고대 대자보? “비약만 있고 팩트는 부실!” (2013.12.12 21:44)

고대 대자보를 접한 네티즌들은 “고대 대자보, 비약 투성이 글”, “고대 대자보, 선동만 있고 자세한 팩트는 없다” 등의 반응이다.

[조선일보]안녕들 하십니까’ 고대 대자보, ‘좋아요’ 7만명 넘어…전국 대학가 확산 (2013.12.14 14:32)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소식에 네티즌들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보고 생각 다시하게 됐다”, “안녕들 하십니까에 공감하는 대학생들이 많구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대단하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선동만…” 이런 글에 몰리는 대학생들 (2013.12.14 14:56)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소식에 네티즌들은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이사회=민영화’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는데…” “민영화 반대를 내걸었지만, 실제론 임금 인상 요구하며 파업한 거 아니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틀린 전제로 선동” “안녕들하십니까 정도 수준의 대자보가 화제가 되는 걸 보니 요즘 대학생들 글 참 못쓰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진보신당 당원의 일방적 선동문이 ‘뜬’ 까닭은?<전문포함> (2013.12.14 16:06)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에 대해 네티즌들은 “고려대 대자보, 그냥 감정에 호소하는 선동문일 뿐이던데…”, “고려대 대자보, 일부 네티즌이 인터넷을 어떻게 휘두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 등의 반응이다.

[조선일보]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실체없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한다며 서울역으로… (2013.12.14 17:15)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시위대의 ‘철도민영화 저지 시위’ 합류 소식에 네티즌들은 “철도민영화 저지라니, 근로자가 임금 올려달라는 게 죄가 아닐진데 왜 굳이 정치 이슈와 연계하나”, “철도민영화 저지? 그게 노조의 역할인가?” 등의 반응이다.

[조선일보] 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추진되지도 않는 ‘철도민영화’ 반대한다며… (2013.12.14 18:18)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시위대의 ‘철도민영화’ 관련 요구에 네티즌들은 “철도민영화? 노조는 근로자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데 왜 한국 노조는 날마다 정치투쟁일까?”,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그릇된 전제 위에 쓰여진 글” 등의 반응이다.

[조선일보] ‘안녕들하십니까’, 논리도 팩트도 부실한데..”집회 먼저?” (2013.12.14 20:36)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 시위대의 ‘철도민영화’ 관련 요구에 네티즌들은 “안녕들하십니까? 요즘 대학생들 논리도 팩트도 이것밖에 안되나?” “철도민영화? 노조는 근로자 복지를 위해 존재하는데 왜 한국 노조는 날마다 정치투쟁일까?”,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는 그릇된 전제 위에 쓰여진 글” 등의 반응이다.

[조선일보] 안녕들하십니까 시위대, 실체없는 ‘철도민영화’ 반대하며 거리로…대학은 ‘감성의 전당’? (2013.12.14 23:44)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대자보’를 읽은 네티즌들은 “안녕들하십니까? 납득이 안간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횡설수설해서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정도를 읽고 거리로 나왔다니, 실망이다. 대학이 감성의 전당인가” 등의 반응이다.

1월에 사이트를 만들었을 때 개발자였던 저는 ‘현상을 드러내는 퍼포먼스 사이트’로서 충격 고로케가 의미있는 것일테고, 이 문제를 개선하는데에 있어서는 언론계 그리고 학계의 공론화 그리고 논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 언급했었습니다. 어느정도 논의가 진행되었던 것도 사실이고, 이러한 낚시질의 온상이었던 네이버 뉴스캐스트도 폐지 수순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여전히 낚시성 제목 달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송고되는 기사 제목에 낚시제목을 달지 않더라도, 위 스샷에서 보듯 ‘관련된 기사’ 로 기사 말미에 붙이는 링크에다 낚시성 단어를 적어두기도 하였습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타는 기사, 반복송고기사도 근절되지 않았습니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충격 고로케식 낚시단어 달기’에 대해 꽤나 많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저널리즘 관점이 아니라 ‘돈’의 관점이 회사 내 비판여론을 눌러버렸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정성들여 쓴 기사에 ‘아찔’ ‘헉’ 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붙었을때 느꼈던 기자분들의 챙피함과 분노도 종종 들었습니다. ‘언론사는 언론이기 앞서 회사니까요 어쩔수 없는 것 같아요’ 라는 기자분들의 자포자기성 하소연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언론사들은 언론이기 앞서 회사가 되었고, 기자들은 기자이기 앞서 월급쟁이로 내몰려야 했습니다.

지난 1년여간 한국의 많은 메이저 언론사들이 언론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이 아닌 기사제목 낚시질에 13만여건이나 매진했음이 이제 이렇게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좋은 기사는 온라인에서 사라지고 선정적인 제목과 황당한 낚시성 기사들이 우리의 시선과 관심을 빼앗아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입니다. 언론으로서의 사명이 사라진 언론사, 제목낚시질에 매진하는 언론사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의실현 등의 가치를 지키는 데에는 과연 어느정도나 관심을 기울일까요? 이들을 대신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언론이 성장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까요? 언론사 스스로 바뀔 생각이 없음을 우리는 이제 잘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독자 스스로 나쁜 언론사 사이트의 클릭을 자제하고, 좋은 언론사를 잘 골라내어 한국의 언론환경을 올바르게 바꾸어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

경향신문은 “경향신문 온라인은 신문 본연의 금도를 지키는 데 노력하겠습니다”라고 했고, 포털 뉴스서비스인 미디어다음도 “충격 고로케식 기사는 편집하지 않기로 결의했다”라고 했습니다. 세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지만, 신문 본연의 역할, 언론 본연의 역할을 고민하는 곳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낚시성 제목은 쓰지 않는 언론사, 심층취재와 탐사보도에 매진하는 언론사들도 있습니다. 조금만 찾아본다면 쉽게 만날 수 있는 곳들입니다. 이러한 언론들이 ‘충격’ ‘경악’ 이 달린 기사만큼이나 관심을 받는다면, 더이상 짜증나는 ‘충격’ ‘경악’ ‘헉’ ‘아찔’ 등의 기사제목은 만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