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unHaeng

aka rainygirl

Software Engineer, Product Owner, Technology Journalist based in Seoul

충격 고로케 개장기

현재 종료된 서비스에 대한 글입니다

충격 고로케 는 2013년 1월 3일 저녁, 퇴근 후 카페에서 노닥거리다 “기사 제목이 뭐 이따위야…” 하고 투덜거리던 와중에 만든 서비스이다.

“소향, 자연임신 불가능… 충격! – 스포츠조선” 이 기사제목을 보고 열받아서 만들었다. 충격 제목을 매번 다는거야 오래전부터 보아왔던 것이지만, 타인의 슬픈 이야기에 난데없는 ‘충격’ 이라니 너무 예의가 없는 것 아닌가? 싶었다.

충격 고로케의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Python으로 기사 집계하는 로직을 만들고 Django에 짜둔 간단한 모델에 집계 데이터를 넣은 뒤 웹페이지에 키워드별로 간단히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이다. 집계 로직은 이렇다. 모든 신문사들이 공개적으로 제공하는 실시간 최신 기사제목들을 훝어본다. 그중 ‘충격’ ‘경악’ ‘결국’ ‘알고보니’ ‘폭소’ ‘헉’ ‘무슨일이’ ‘살아있네’ ‘이것’ ‘몸매’ ‘미모’ ‘숨막히는’ ‘ㅇㅇ녀’ 등의 키워드가 제목 안에 포함되어 있으면 잡아낸다. ‘최근한온라인커뮤니티’ 키워드는 기사본문을 함께 살펴 가져온다. 기사 본문은 최소한의 인용범위로 축약한다. 제목은 저작권 청구 대상이 아니며 딥링크 역시 저작권 침해 행위가 아니어서 그대로 긁어다가 링크를 걸었다. (서울중앙지법2006.7.21.선고2004가합76058)

‘충격’ ‘경악’ 같은 키워드마다 빨간 배경색을 칠해주고, 월별 순위와 추이를 매기고, 단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까지 덧붙여두었다. 텍스트를 늘어놓으면 그저 텍스트일 뿐이다. 텍스트에 색칠을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것은 컨텍스트가 된다. 의미를 만나 맥락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 보세요, 모든 언론사들이 모든 기사 제목에 충격 경악이라고 써붙이고 있어요” 라는 의미를 담아 제목에 색칠을 한 것이다. 이를테면 프로그래밍 영역 밖의 저널리즘 행위를 가미한 셈이다. IT업계에서는 기획 이라고 부르는 범주의 Role이지만, 전략기획부터 UX기획까지 어느 범주에도 이와같은 작업을 서브카테고리로 정의하기는 어렵고, 맥락을 담기에 그야말로 저널리즘 행위로 규정짓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렇게 만든 사이트 ‘충격 고로케’를 그 다음날 아침엔가 점심때인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공개하였다. 그러자 몇시간도 안되어 키워드를 추가해달라는 친구들의 제안이 빗발쳤고, 한줄에 다 넣을 수 없어 결국 두줄로 늘렸다. 몇일 뒤부터 신문사 기자친구들로부터 “잘 봤다”고 “너가 한거 아니냐”고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급기야 인터뷰 요청까지 오는데 무슨 영문인지 몰라 검색을 해보니 이미 수천여건 넘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유가 되고 있었다. 인터뷰는 못하겠는데 뭐 쪽지로 물어보세요 라고 몇마디 대답해주었다가 일간지 기사가 뜨고.. 주간지 기사가 뜨고.. 가판대 어느 이상한 신문 1면에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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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요청때마다 똑같이 들었던 질문은 ‘왜 만들었느냐’ 는 질문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말 아무 이유 없었다. 축복과 은덕 속에 착실히 월급받으며 일하는 월급쟁이가 퇴근길 저녁에 잠시 네이버 뉴스 켰다가 제목에 낚여 이게 뭐지? 하다가 맥북을 꺼내어 코드 몇줄 썼던게 전부였다. 그렇게 저녁 8시쯤 만들기 시작해 9시쯤 마치고 친구들에게 슥 보여주고 자고 아침에 출근했다. 처음 만들던 그때는 ‘으음 순위를 매겨보면 볼만하겠군’ 이란 생각밖에 없었다.

훗날 인터뷰 말미에 반복되어 나온 거창한 코멘트들 – “무너지는 저널리즘, 저널리즘이 뭔지 다시 생각해봐라, 광고의존성 포털의존성에 안주하는 언론을 향한 마지막 경고일지도 모른다 어쩌구 저쩌구” 코멘트는 사실 질문 받은 그때 순간적으로 떠올린 의도된 문장들이었다. 본의아니게 주목을 받고 있고, 내가 희망하는 문장이 지면에 실릴 수 있는, 살면서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가 온 만큼, 누군가의 관념을 크게 흔들만한 짧은 문장 잘 압축해 전해줘야하지 않을까 하며 순간 순간 던진 문장들이다. 저널리즘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저널리즘에 대해 한번 찾아보고 생각해보아달라는 이야기였다. 서비스를 처음 만들때는 그런 궁리까지 하지 않았다. 만들고난 뒤 화제가 되자 그제서야 의미부여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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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느냐’ 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걸 내가 어찌 아나. 내가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해도 언론사들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물론 충격 고로케 사이트가 유명해지자 낚시기사는 더더욱 증가했고 메이저 신문들의 낚시제목 점유율은 더욱 높아졌다. 어쩐지 내 사이트가 일정부분 더 기여한 것 같아 딥링크 전환 과정에 경고창까지 붙여주었다. 이 역시도 트래픽이 몰려오고 내가 무언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에, 내가 해야할 역할이 이거겠구나 싶어 만든 것이다. 허들을 두어 ‘되려 경쟁하지 마라’고 언론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경고창 모양새 역시 구글 크롬 악성코드 경고창을 메타포로 삼아 그대로 배껴, 낚시기사 클릭행위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간결하게 전하고 싶었다. 낚시기사에 클릭이 몰리니 정작 중요한 기사는 밀려나고 정작 중요한 저널리스트를 잃게 된다며 자세히 보기 링크는 ‘해직기자’ 검색결과로 걸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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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케 어워드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상’을 알바생들에게 주고싶어서 만든 코너였다.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언급을 한 일이 있다. ‘제가 학부때 신방과 전공이었는데요, 레포트 내면서 인턴기자 기사송고량과 시간을 잰 적이 있어요. 그게 18분에 한번씩 송고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팩트체크고 심층취재고 교열이고 한 기사였겠어요’ 그때 레포트 찾아보니 이렇게 쓰여있었다.

<티브이데일리>를 보자. 이곳 소속 ㅇ 모 기자는 5월 22일 30개, 23일 30개, 24일 30개의 기사를 작성했다. 같은 회사 ㅇ 모 기자도 4월 15일 30개, 14일 30개의 기사를 작성했다. 아르바이트생이 할당량을 받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18분에 하나씩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오간 확인되지 않은 소식들을 퍼 나른 기사들이었다.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보듯 이들이 언론인으로서의 기본 자질을 발휘할 여건을 갖추었을 리 만무하고, 저널리즘 측면에서 볼 때 기사의 기본을 갖추지도 못했을 뿐더러, 보도 내용이 ‘검증’ 될 리 없다. 포털 뉴스 소비량은 계속 늘고 있는데, 이렇게 생산된 저질 뉴스들이 다른 전통 언론들의 기사를 밀어내는 실정이다. … <포털 기생형 언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포털 뉴스 서비스의 등장 이후 변화된 언론시장 판도에 그 원인이 있다. 전통 신문들은 보도의 충실성, 진실성, 명료한 논조를 바탕으로 신문 제호의 이름을 걸고 독자들로부터 ‘선택’을 받는다. 반면 <포털 기생형 언론>은 제호를 밝히지 않은 채 ‘클릭’을 먼저 얻기 때문에 기사의 만족도에 따라 시장에서 자연 선택되지 않는다. 오히려`포털로부터의 고정적인 클릭 유입`을 보장받는다. 이들의 주 수입원은 클릭 후 유입된 사용자들을 담보로 한 온라인 광고 수익이다. ‘낚시성’ 제목만 잘 작성한다면 얼마든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건 기사를 18분에 하나씩 쓴다는 것이다. [‘우라까이 지옥’ 기자 긍지가 뭉개졌다] 기사가 그 배경을 설명해준다. 그래서 상을 주고 싶었다. 진짜로 누군가는 이 경이적인 숫자에 대해 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친절하게 ‘노고를 치하함’ 이라고 4개 부문에서 상을 주고,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부문은 특별히 알바생에게 상을 주기 위해 ‘상장’ 코너를 사이트에 추가하였다. 포털 뉴스에는 ‘인턴기자’ ‘이슈팀’ 이름으로 나가지만 사실 80만원도 못받는 이름없는 알바들의 유일한 ‘실적’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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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딱 일주일 공개하고 닫아도 되는 수명의 페이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몇천명 몇만명씩 들어왔고, 그렇다면-음-움직여야지 하고 충격 고로케는 그렇게 다듬어졌다. 화두는 던져졌고, 이후 담론은 주인공들의 몫이다. 앞으로도 나는 한두줄 코드 추가로 파장이 커지는 정도 범위에서 조금씩 손대고 싶다. 그정도가 재미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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